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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하며_영화에서

나는 왜 조커(2019)에 6점을 주었는가

by Teknichrome 2019. 10. 7.

호아킨? 와킨?

 

확실히 와킨 피닉스의 연기는 엄청났다. 그의 웃음소리와 일그러지는 표정은 씬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배우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주제의식은 조커의 탄생 배경이었으니 더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 조커가 탄생한 것은 탄생한 것이고, 그의 성격은 그렇게 만들어졌다라고 말한 것이니 그 성격이 나쁘다 하는 등의 논의는 하등에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강력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6점을 준 이유는 개연성에 있다. 개연성이 문제라니, 2시간에 걸쳐서 조커가 왜 조커가 되었는지를 묘사했는데 어떻게 더 잘 묘사하라는건지 모르겠다 하실 수도 있다. 나는 표현의 방식보다도 설정에서 느꼈는데, 기본적으로 조커의 폭력성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된 자질이 정신증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질환의 종류는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뉘는데, 신경증은 우울증이나 ADHD와 같은 것이고 정신증은 조현병, 다중인격 등의 훨씬 더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정신증의 특징은 이성적 판단이 흔들린다는 것, 그리고 환각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커는 영화에서 정신증 환자의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조커는 정신증 환자이다"이라는 전제를 깔고 감으로서 그 외의 묘사들은 상당히 비약적으로 넘어갔다고 느껴졌었다. 캐릭터의 개발에서는 무엇이 되었든 조커의 성격을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묘사가 있었어야 했고, 실제로 없지 않았다. 고담의 많은 주민들은 그를 멸시했고, 그의 동료들, 그의 상사 또한 그를 경멸하였다. 이러한 사건으로 조커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음을 잘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그가 폭력적인 범죄자로서 변모하는 묘사는 정신증이 있기에 가능했다,라고 이해가 되었다.

 

영화적 전개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특히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사건이나 여타 다른 범죄에서도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있었고, 여론은 더욱 들끓어서 조현병 환자들을 당장 가두어서 사회와 격리시켜야한다! 라는 식의 굉장히 위험한 발언까지 나오는 수준이었다. 이를 본 사람으로서 조커를 본 시청자가 '조현병 환자들은 흉악범죄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넘어 감정적 혐오를 품을 것만 같았다. 

 

(여담으로 덧붙이며, https://news.joins.com/article/22787066 를 읽어보시면 조현병과 범죄에 대한 상관관계를 조금 더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현병 환자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참 좋겠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면 해결방법은 모든 조현병 환자를 가둔다가 아니라 조현병 환자들을 치료할 정신의학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망은 무조건적 혐오와 의심의 시선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 이 영화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적어도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그 전개과정은 조금 의문이 들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는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왓챠 평에서는 '미친 세상에서는 내가 미치는게 답일지도'라는 말과 함께 별 5개가 박혀있었다. 내 입안에는 알 수 없는 신맛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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