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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으며_사진에서

포토그래퍼에게 일을 시키시려거든

by Teknichrome 2019. 10. 7.

Aㅏ...

 

최근 지인이 포토 구인에 응하여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는걸 내가 조금 도와주는 일이 있었는데 생각해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이야기를 풀어본다. 그 지인도 아마 이 글을 읽을테지만, 절대로 당신이 잘못했다거나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동아리를 경유하거나 개인적으로나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찍어주는 경우도 물론 많다만 그러한 활동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경우다. 의뢰 중에 ‘좋은 취지’ ‘봉사활동’와 같은 말을 듣게 되면 괜시리 긴장하게 된다. 물론 사진을 찍는 사진가가 그 취지에 공감하고 봉사를 할 용의가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어쨌든 사진 중에 공익적인 성격을 띄는 사진도 있기 때문에.

 

근데 이제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은 의뢰인이 사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을 때 발생한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가 아니라, 그냥 보이기에 좋은 사진, 아주 흔하게 소비되는 패션잡지 사진, 하다못해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있는 이미지 사진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 사실 없을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내가 속해 있지 않은 업계의 사정을 잘 모르니까. 그래서 한편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이러이러한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한 이런게 들고, 이런 장비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게 포토의 역할이기도 하다.

 

좋다. 이해도가 낮을 수 있고 포토가 설명을 하는 것까지도 납득이 된다 치면, 이제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구체적인 개념이 안 잡혀있다. 사실 이것은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포토의 조언을 받아서 구상안을 완성할 수 있지만, 일을 맡길 때에는 최소한 이러한 이미지를 생산하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잡지에서 봤던 사진인데 이렇게 가면 어떨까요 정도는 말씀 해주셔야한다. 우리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말로만 듣고 내가 그린 이미지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이미지가 다르면 포토는 일해놓고 클라이언트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너무 비싸요, 다른 수단은 없을까요와 같은 말씀들을 주실 때가 있는데 나도 학생으로서 비용 재고 스튜디오비에 전전긍긍하는 마음 많이 느껴봤다. 하지만 최소한 이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려면 이 정도 시설을 써야한다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그런 마지노선까지 계속 넘어가려고 시도하실 때가 있다. 이는 크게 두가지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첫번째는 어쨌든 포토가 선의로, 취지에 공감해서 무료로 작업한다 치더라도 포토도 자기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생산하고 싶어한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진을 주면서도 찜찜하고, 괜시리 위축된다. 비용을 지나치게 절감하는 것은 이러한 만족도와 퀄리티를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 두번째도 사진의 퀄리티와 관련된 문제인데, 부족한 시설과 장비를 보정으로 보충하려고 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포토는 열심히 찍어서 내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을 생산하거나, 최소한이라도 내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원래 들일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다못해 친구랑 밥 한 끼 먹고 커피 한잔 마셔도 2만원이 뚝딱 나가는 시대인데, 시설과 장비를 아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스튜디오 렌트비는 거의 몇 년째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여러분의 인식에는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이 수익으로 밥을 먹고 난방비를 내야하는 거 아닌가. 이게 비싸다면 어쩌면 기대하는 바를 낮춰야하는건지도…

 

솔직한 생각으로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에 범람하는 예쁘고 좋아보이는 사진들로 인해 사진의 겉보기 가치가 떨어진 것 같다. 아이폰으로 딱 찍으면 이쁘게 잘 나오고, 많은 보정 앱을 사용하여 색감도 취향대로 맞추고. 옛날에 들고다녀야 했던 커다란 필름카메라와는 거리가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겉보기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간단하지 않으며 정교한 이미지를 생산하는 비용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보는 버스정류장 광고나, 지하철 광고에 쓰이는 사진들은 사실 엄청난 시설과 비용과 인력과 시간을 들여 만든 것들이다. 광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괜찮아보이는 이미지 사진, 결혼식 사진, 돌잔치 사진들 모두 다 장비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가격이다. 부디 그 가치를 폄하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자기가 찍고 싶은 사진은 알고 오셔야하고, 또 최소한 포토가 돈을 받지 않고 일할 때에라도 포토가 요구하는 바를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언젠가 인생에 한번쯤은 각 잡고 사진 찍을 날이 있을텐데,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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